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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산의 전설과 신비 (탑사, 전설, 민속이야기)

by 사탕봉지 2025. 10. 15.

전라북도 진안의 상징인 마이산(馬耳山)은 멀리서 보면 말의 귀처럼 솟아 있는 두 봉우리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이 산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한 모양 때문만이 아닙니다.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온 전설, 인간의 신앙과 인내가 만들어낸 탑사, 그리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민속 신앙 덕분에 마이산은 ‘한국의 신비로운 산’으로 불립니다. 이번 글에서는 여행자의 시선으로 마이산의 신비한 이야기들을 하나씩 풀어보며, 자연 속에 숨은 인간의 믿음과 전통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돌탑의 신비, 탑사 이야기

마이산 남쪽 자락에는 독특한 사찰, 탑사가 있습니다. 언뜻 보면 평범한 절처럼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상상할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집니다. 높이가 수 미터에 이르는 돌탑들이 마치 병정처럼 빽빽이 서 있는데, 놀랍게도 이 탑들은 한 사람, 승려 이갑용이 혼자 세운 것이라 전해집니다. 이갑용 스님은 조선 말기, 세상의 혼란과 전쟁 속에서 마음의 평화를 찾기 위해 돌을 하나씩 쌓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돌과 돌 사이에 흙이나 시멘트를 전혀 쓰지 않고, 단지 균형만으로 탑을 올렸습니다. 보통이라면 무너져야 마땅한 구조지만,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탑들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바람이 불어도, 비가 와도, 돌들은 흔들림 없이 자리를 지키죠. 과학적으로도 설명이 쉽지 않아 ‘자연의 기운이 탑을 붙잡고 있다’는 전설이 생겼습니다.

마이산에 깃든 전설과 이야기들

마이산에는 예로부터 여러 전설이 전해 내려옵니다. 그중 가장 유명한 이야기는 ‘하늘에서 내려온 신마의 전설’입니다. 옛날 천상의 신이 인간 세상을 구경하러 말을 타고 내려왔는데, 지상의 아름다움에 반해 하늘로 돌아갈 시간을 놓쳤다고 합니다. 결국 신과 말은 하늘의 문이 닫히는 순간 돌이 되어버렸고, 그 모습이 지금의 상마이산과 하마이산이 되었다는 전설입니다. 또 다른 전설은 부부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진안 지역에 살던 한 부부가 서로를 너무 사랑해 하늘이 그 정을 질투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두 사람을 산으로 만들어 버렸고, 그 결과 두 봉우리가 마주 보듯 서 있는 모습이 되었답니다. 이 때문에 마이산을 ‘부부산’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민속과 신앙이 이어지는 살아 있는 산

마이산은 오랜 세월 동안 신앙의 산, 기의 산으로 불려왔습니다. 탑사나 은수사 근처를 걷다 보면 작은 돌 위에 손바닥만 한 돌을 얹거나, 소원을 적은 종이를 나무에 매단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런 행위는 예로부터 이어진 기복신앙의 형태로, ‘돌을 올리면 마음이 안정되고 바람이 이뤄진다’는 믿음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또한 마이산은 음양의 조화를 상징한다고 전해집니다. 상마이산은 하늘의 양을, 하마이산은 땅의 음을 대표하며, 두 봉우리 사이를 걸으면 몸과 마음의 균형이 잡힌다고 믿는 이들도 있습니다. 매년 봄과 가을에는 탑사에서 기도회와 산제가 열립니다. 주민들은 풍년과 평안을 기원하며 제를 올리고, 방문객들은 자연스럽게 그 문화에 참여합니다.

마이산은 그저 특이한 모양의 산이 아닙니다. 인간의 정성과 믿음, 그리고 세월이 빚어낸 신앙과 예술의 산입니다. 탑사의 돌탑에는 한 승려의 평생이 담겨 있고, 전설 속 말과 부부의 이야기는 사람들의 감정을 대변합니다. 또 지금도 이어지는 민속신앙은 세대를 뛰어넘어 우리 마음을 연결해줍니다. 진안 마이산은 과거와 현재, 신화와 현실이 공존하는 특별한 공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