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은 단순한 옛이야기가 아닙니다. 특정 장소와 결합되어 도시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그 지역만의 역사적 감성과 문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목포는 단순한 항구 도시를 넘어 수많은 설화와 전설이 살아 숨 쉬는 공간입니다. 특히 도심 곳곳에 퍼져 있는 이야기들은 그 자체로 관광 자원이자 교육의 자료로 활용될 만큼 의미 있는 문화 자산입니다. 이 글에서는 목포 도심에 숨겨진 대표적인 전설들을 세 가지 장소—유달산, 목포진, 고하도—와 함께 살펴보며, 각각이 가진 장소적 의미와 역사적 유래를 깊이 있게 소개합니다.
유달산 아래, 이순신과 바다의 전설
목포 시민에게 유달산은 단순한 명산이 아닌, 도시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특히 유달산과 바다 사이에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과 관련된 전설이 강하게 뿌리내려 있습니다. 설화에 따르면 임진왜란 시기, 이순신 장군은 목포 앞바다를 주요 방어 거점으로 활용했으며, 유달산 인근 해역에 군선을 숨겨 왜군을 기습했다고 전해집니다. 그중에서도 유달산 정상의 '노적봉'은 이순신 장군이 군량미를 쌓아두었던 장소로 알려져 있으며, 지금도 봉우리의 모양이 실제 쌀가마니를 쌓아놓은 듯한 형태를 띠고 있어 많은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유달산에는 ‘산이 바다를 지키고, 바다가 산을 지킨다’는 속담이 전해지는데, 이는 단순한 문장이 아닌 목포 시민들의 삶과 정체성, 자부심이 투영된 언어입니다. 목포항을 내려다볼 수 있는 유달산 전망대에서는 당시 군사적 전략의 흔적을 떠올리며, 역사적 상상력을 더해 전설의 현장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유달산은 매년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이기도 하지만, 목포 시민에게는 어린 시절 소풍 장소이자 세대 간 문화와 이야기가 전해지는 중요한 장소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전설이 단순한 허구로만 소비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런 장소성과의 밀접한 연결 때문입니다. 유달산의 바위 하나, 산길 하나에도 이야기가 깃들어 있어, 역사적 사실과 전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목포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유달산은 목포의 문화적 근간이자, 전설과 함께 호흡하는 살아있는 역사 그 자체입니다.
목포진과 물의 전설, 사라진 섬 이야기
목포의 해안선을 따라가다 보면, 조선 후기 설치된 수군 진영 ‘목포진’의 흔적을 만나게 됩니다. 이곳은 조선 후기 남해안을 방어하던 중요한 군사 거점 중 하나였으며, 지금도 복원된 유적지를 통해 그 당시의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목포진과 관련하여 내려오는 대표적인 전설 중 하나는 '사라진 섬' 이야기입니다. 이 전설은 수백 년 전, 목포 앞바다에 작은 섬이 여러 개 있었으나, 자연재해—특히 해일이나 지진—로 인해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는 이야기입니다. 특히 전설에서 자주 언급되는 섬은 지금은 지도에서 찾아볼 수 없는 ‘백령도 작은섬’과 ‘황운도’로, 조선 후기 지리서나 군사 문서에서 언급되지만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지역입니다.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은 아니지만, 이 전설은 당시 사람들의 자연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바다와의 밀접한 생활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즉, 바다의 변덕과 무서움을 경계하며 전해진 이야기인 것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전설이 아이들 사이에서는 공포 설화로도 활용되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목포 지역 초등학교 구전 동화 수집 프로젝트에 따르면, 많은 학생들이 ‘바다에 가면 사라진 섬 귀신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응답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창작이 아니라, 전설이 세대를 넘어 새로운 형태로 계승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목포진 유적지 주변에는 이 전설을 알리는 안내판과 함께 AR 기술을 활용한 전시물이 설치되어 있어, 방문객들이 단순히 유적지를 보는 것을 넘어서 전설 속 이야기를 ‘체험’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목포시는 이를 기반으로 지역 콘텐츠와 교육 자료를 개발 중이며, 앞으로도 이러한 전설 기반 콘텐츠가 지역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고하도와 이순신 장군의 유훈
목포 도심에서 차로 약 10분 거리에 있는 고하도는, 현재는 평화롭고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섬이지만, 역사와 전설이 공존하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고하도는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말기, 마지막 해전 준비를 위해 병사들을 훈련시키고 진영을 꾸렸던 곳으로 전해집니다. 이와 관련된 전설에는 "바다를 잃으면 나라를 잃는다"는 장군의 유훈이 이곳에 남겨졌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 전설은 공식 사료에 명확히 기록되어 있지는 않지만, 고하도 주민들 사이에서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고하도에는 충무공을 기리는 '이순신 사당'과 '고하도 전적비'가 설치되어 있으며, 이순신 장군의 전술과 지혜를 소개하는 작은 역사 전시관도 함께 운영되고 있습니다. 특히 매년 열리는 '고하도 충무공 문화제'에서는 전설을 바탕으로 한 연극, 체험 프로그램, 학술 세미나 등이 열려 지역 주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고하도의 지형은 적의 침입을 감시하기 좋은 고지대와, 군선이 은신하기 쉬운 해안 구조로 되어 있어, 실제로도 군사적 활용이 가능했던 곳으로 평가받습니다. 이러한 지형적 특성과 전설이 맞물리며, 고하도는 단순한 섬을 넘어 목포의 전략적 역사와 민족적 정신이 집약된 상징적인 장소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최근 목포시는 고하도를 ‘역사문화 생태공원’으로 조성 중이며, 그 중심에 전설과 관련된 공간들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야기 중심의 전시 콘텐츠, AR/VR 체험존, 전설 스토리북 제작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 고하도를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목포의 역사와 전설을 알리는 중심지로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목포는 이야기의 도시입니다. 도심 속 유달산, 목포진, 고하도는 단순한 지명이 아닌, 살아있는 전설과 역사, 그리고 시민의 정체성이 깃든 공간입니다. 우리가 그 장소를 찾을 때 단순히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숨겨진 이야기를 이해한다면 목포는 더욱 매력적인 도시로 다가올 것입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전설이 살아 숨 쉬는 목포 도심을 걸어보며,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특별한 경험을 직접 느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