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은 강원도의 대표적인 해안 도시로, 청정한 자연뿐 아니라 수많은 전설과 설화가 전해지는 ‘이야기의 도시’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삼척 바다는 옛 어부들의 삶과 해양 신앙, 마을 공동체의 문화가 고스란히 담긴 설화의 보고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삼척 바다 설화의 유래와 시대별 변천사를 중심으로 지역문화의 깊이를 살펴보겠습니다.
삼척 바다 설화의 어원과 민속적 기원
삼척 지역의 바다 설화는 대부분 ‘신비한 존재’나 ‘바다를 지키는 수호신’에 관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는 해양민속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바다를 생계의 터전으로 삼아온 삼척 사람들에게 설화는 단순한 재미를 위한 이야기가 아닌, 자연에 대한 경외심과 삶의 철학이 담긴 상징체계였습니다. 대표적인 설화로는 ‘용왕의 딸과 어부의 사랑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삼척 근해에서 고기잡이를 하던 어부가 바다 속 용궁에서 온 여인을 만나 사랑하게 되지만, 인간과 용의 인연은 오래가지 못하고 결국 여인이 바다로 돌아간다는 슬픈 전설입니다. 이 설화는 인간과 자연(혹은 초월적 존재)의 경계를 표현하면서도, 바다의 신성함을 드러내는 요소로 작용해 왔습니다. 또 다른 유명한 이야기는 ‘죽서루의 전설’로, 이곳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기다리던 여인의 이야기가 얽혀 있습니다. 죽서루는 삼척의 대표 누각이자 역사 문화재로, 이 설화는 단순히 한 여인의 슬픈 사랑 이야기로 보일 수 있지만, 지역민들의 정서와 기다림의 미학을 상징하는 이야기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바다 설화들은 삼척 마을 공동체 안에서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마을제(마을축제)나 어촌 계원들의 공동 제의에서 활용되곤 했습니다. 설화의 구조는 대부분 영웅서사 또는 신화적 모티프를 따르며, 이는 민간신앙과 밀접하게 연결된 형태로 존재합니다. 삼척 설화의 어원적 구조를 분석해보면 ‘바다(海)’와 ‘용(龍)’ 또는 ‘신(神)’이라는 키워드가 자주 등장하며, 이는 고대 해양신앙의 흔적을 보여줍니다. 특히 강원 동해안 일대에서는 바다를 단순한 자연이 아닌, 감정과 의지를 지닌 존재로 인식해왔으며, 이 같은 인식이 설화에 투영된 것입니다.
시대별 전승 방식의 변화
삼척 바다 설화는 시대에 따라 전승 방식과 해석이 달라져 왔습니다. 과거에는 구비 전승이 주를 이루었으며, 마을 어르신이나 어촌 공동체의 연장자들이 어린 세대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이러한 전승 방식은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공동체의 가치, 경계, 신앙을 공유하는 교육적 기능을 수행했습니다. 1970~80년대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해양민속 전승이 약화되었지만, 동시에 삼척시와 지역 문화 단체는 설화를 보존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왔습니다. 대표적으로 ‘삼척민속자료집’, ‘동해안 설화집’ 등 문헌화 작업이 이뤄졌고,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한 전통문화 교육 프로그램에서도 삼척 설화가 교재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21세기 들어 설화 전승은 디지털 기술을 통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습니다. 지역 작가들이 설화를 바탕으로 한 동화책을 출간하거나, 삼척시에서 주관하는 ‘설화 기반 관광 콘텐츠 개발’ 사업을 통해 스토리텔링이 영상 콘텐츠, 해설 앱, QR코드 연계 시스템 등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특히 ‘장호항 용왕설화 체험길’과 같은 지역 특화 코스는 전통 설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대표적 사례입니다. 이 코스에서는 방문객이 설화 속 인물의 여정을 따라 걷고, 스탬프 투어나 AR 콘텐츠를 체험하면서 이야기 속 세계를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삼척 설화는 단절되지 않고 시대 변화에 맞춰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으며, 향후 지역관광, 교육, 예술 분야에서 지속 가능한 문화자산으로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설화가 지역 정체성과 문화 콘텐츠로 발전한 사례
삼척의 바다 설화는 단순한 이야기 전승을 넘어서, 지역의 문화 정체성과 경제 자원으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특히 문화재청과 강원도, 삼척시가 공동 추진한 ‘지역 설화 기반 문화관광 활성화 사업’은 전통 설화의 스토리텔링 자산을 현대 콘텐츠로 탈바꿈한 대표 사례입니다. 예를 들어, ‘용화해변’은 ‘용이 나타난 바다’라는 설화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실제로 지역 내 많은 체험 프로그램이 이 전설을 바탕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지역 주민이 직접 이야기 해설사로 참여해 방문객에게 전설을 들려주고, 어린이 대상 바다 연극 또는 설화 인형극 프로그램이 진행됩니다. 이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이야기가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서의 지역 이미지를 만들어냅니다. 또한 ‘삼척 해양 설화 공모전’은 시민이 직접 자신만의 해양 설화를 창작하거나 재해석하여 공유하는 행사로, 세대 간 문화 교류는 물론 지역민의 자긍심 고취에도 효과적입니다. 일부 수상작은 애니메이션이나 단편 소설, 팟캐스트 등으로 재제작되며 설화의 생명력을 확장시키고 있습니다. 교육 분야에서도 활용 사례가 많습니다. 지역 초등학교에서는 ‘삼척 이야기책 만들기’ 수업이 진행되며,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마을 어르신에게 설화를 직접 듣고 자신의 말과 그림으로 다시 표현합니다. 이는 세대 간 소통과 문화 계승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의미 있는 활동으로 평가받습니다. 삼척은 설화를 지역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문화 콘텐츠로 승화시키며, 단절이 아닌 ‘계승과 재창조’의 방식으로 전통을 현대에 연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삼척을 단순한 해안 도시가 아닌 ‘이야기가 흐르는 도시’로 브랜딩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삼척의 바다 설화는 단순한 구전이 아니라, 세대를 거쳐 이어진 지역의 정신과 문화의 결정체입니다. 어원과 신화적 상징, 시대별 전승 방식, 그리고 현대 콘텐츠로의 발전은 설화가 여전히 살아 있는 문화 자산임을 보여줍니다. 다음 삼척 여행에서는 단순히 바다를 보는 것을 넘어, 그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함께 느껴보세요. 지역의 전설은 그 땅을 더 깊이 이해하는 열쇠가 되어줄 것입니다.